9월이 되면 어딘가에서 고소한 냄새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저만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광양 망덕포구에서 제25회 광양전어축제가 9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열립니다. 전라도 본가를 둔 덕에 어릴 적부터 이 축제를 연례행사처럼 찾았던 저로서는, 이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강변 바람과 구이 냄새가 뒤섞이던 그 감각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망덕포구, 축제장이 된 섬진강 하구
저의 추억이 담긴 광양전어축제가 열리는 망덕포구는 섬진강이 남해로 흘러드는 하구 지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구(河口)란 강이 바다와 만나는 경계 구역으로,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기수(汽水) 환경이 형성됩니다. 여기서 기수 환경이란 민물과 바닷물이 혼합된 수역을 뜻하며, 이 독특한 생태 조건이 전어를 비롯한 다양한 어종의 산란과 성장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제가 어릴 때 부모님 손을 잡고 처음 망덕포구를 찾았을 때, 강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 되는 넓은 수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른들이 "여기 물이 달고도 짜다"고 하셨는데, 그게 바로 기수 환경의 감각적 표현이었던 셈이죠.
축제장인 무접섬 광장은 광양 진월IC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고, 국도 2호선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 접근성보다는 자가용 이동이 훨씬 편리한 입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지방 축제는 주차 문제가 골치라고들 하는데, 제 경험상 이 축제는 이른 오전에 도착하면 생각보다 여유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전어요리,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이유
먹을 것에 진심인 저는 '가을'하면 떠오르는게 바로 '전어'인데요, 가을 전어가 맛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왜 가을인지는 의외로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어는 회유성 어종(回游性 魚種)으로, 계절에 따라 이동하며 가을에 남쪽 월동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 먹이를 집중적으로 섭취합니다. 여기서 회유성 어종이란 산란이나 먹이 탐색을 위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주기적으로 이동하는 물고기를 말합니다. 이 시기에 체내 지방 함량이 가장 높아지면서 고소한 맛이 극대화됩니다.
축제에서는 이 절정의 전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올해 특히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라이브 쿠킹쇼 '전어 손질? 전어렵지 않아요!'입니다. 지역 주민이 직접 전어 손질법부터 회, 무침, 구이 조리법을 시연하고 완성된 요리를 현장에서 나눠줍니다. 제가 직접 참여해봤을 때, 방송에서 보던 셰프 쿠킹쇼보다 훨씬 소탈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축제에서 만날 수 있는 전어 요리
일반적으로 전어 하면 구이만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 축제장에서는 훨씬 다양한 형태로 만납니다.
- 전어회 — 살이 단단해 씹는 맛이 있고 고소한 풍미가 강합니다
- 전어구이 — 껍질의 기름이 불에 닿으며 퍼지는 특유의 향이 일품입니다
- 전어무침 — 초고추장 양념과 버무려 새콤달콤하게 즐기는 방식입니다
- 대형 전어비빔밥 — 축제 둘째 날 만들기·나눔 행사로 진행됩니다
섬진강 위에서 만나는 공연과 체험
제 생각엔 먹거리만 있었다면 솔직히 이 축제가 25회까지 이어지기 어려웠을 겁니다. 제 경험상 광양전어축제의 진짜 힘은 먹거리와 문화 프로그램이 잘 맞물린다는 데 있습니다. 첫날 전어가요제 예선을 시작으로, 둘째 날 개막식, 마지막 날 전어가요제 본선과 댄스대회까지 사흘 내내 공연 일정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어잡이소리' 시연입니다. 무형문화재(無形文化財)란 건축물이나 유물처럼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예능·민속 등 사람의 몸과 입으로 전승되는 문화유산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사라지면 복원이 불가능한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어릴 때 처음 이 시연을 봤을 때는 그냥 노래인 줄만 알았는데, 나중에야 그 안에 어부들의 협업 신호와 감사의 의례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이 프로그램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해상 전어잡이배 시연도 진행됩니다. 실제 어선이 강 위에서 그물을 치고 전어를 잡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체험하는 색다른 경험이 됩니다. 초대가수 박서진, 신현지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어 공연 목적으로만 찾아도 손색이 없는 라인업입니다(출처: 광양시 공식 홈페이지).
지역 축제로서 광양전어축제의 가능성
지역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 경제의 실질적인 동력이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지역 축제 경제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역 대표 식품 축제는 직접 소비 지출 외에도 숙박·교통·관련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간접 파급효과가 직접 효과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광양전어축제도 사흘간 망덕포구 일대 상인들에게 한 해 매출의 상당 부분을 가져다주는 시기입니다.
제가 여러 차례 방문하며 느낀 점은, 이 축제가 광양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광양 하면 포스코와 제철소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섬진강변의 자연과 전어라는 식재료를 통해 전혀 다른 광양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건 어떤 광고보다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역 대표 축제는 교통·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에는 아직 불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앞으로 셔틀버스 노선이나 주변 편의시설이 더 확충된다면, 전국 단위 가을 대표 축제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광양전어축제 입장료가 있나요?
A. 별도 입장료는 없습니다. 다만 전어구이 시식이나 체험 프로그램 등 일부 먹거리·체험 항목은 현장에서 유료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현금을 준비해 두는 편이 훨씬 편리했습니다.
Q. 가을 전어가 봄·여름 전어보다 맛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단순한 속설처럼 여기는 분들도 있는데, 이건 회유성 어종의 생태적 특성으로 실제로 검증된 사실입니다. 가을에 월동 준비를 위해 지방을 축적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같은 전어라도 풍미가 현저히 다릅니다. 직접 봄 전어와 가을 전어를 비교해봤는데, 고소함의 깊이가 확실히 차이가 났습니다.
Q. 아이들이랑 가도 즐길 거리가 있나요?
A. 전어잡기 체험이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습니다. 직접 물속에서 전어를 잡아보는 경험은 어린이에게 생생한 자연 학습이 됩니다. 저도 어릴 때 이 체험이 가장 기억에 남았을 정도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성입니다.
Q. 전어가요제에 참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전어가요제 관련 문의는 진월면사무소 총무팀으로 하면 됩니다. 예선은 축제 첫날인 9월 4일에 열리고, 본선은 마지막 날인 9월 6일에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 지역 가요제는 현장 접수만 받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확한 접수 방법과 일정은 진월면사무소에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결론
9월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축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광양전어축제가 그만큼 인상 깊은 경험을 남긴다는 증거입니다. 단순히 전어를 맛보는 자리가 아니라, 섬진강 하구의 기수 생태와 무형문화재 전어잡이소리, 지역 공동체의 온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자리입니다.
올가을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9월 4일부터 6일까지 망덕포구를 일정에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가족, 친구, 연인 누구와 함께 가도 빈손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언젠가 다시 가족들과 함께 강변을 걸으며 전어구이 한 점 집어들 그 순간을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