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사고의 배경 — 왜 하필 이륙 직후였을까
2025년 7월 20일 오전 8시 5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칼리보공항으로 향하던 TW125편에서 승객이 직접 소지하고 있던 보조배터리에 불꽃이 일었습니다. 객실 승무원들은 즉시 소화기를 분사해 초기 진압에 나섰고, 문제가 된 배터리를 물이 담긴 용기에 잠가 추가 발화를 차단했습니다. 기내에 연기가 퍼지자 물에 적신 휴지로 코와 입을 가리도록 안내하는 조치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왜 이륙 직후였을까"였습니다. 사실 이건 우연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륙 단계에서는 기압이 빠르게 변하고, 기체에 진동과 물리적 충격이 집중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Lithium-ion Battery)는 이런 환경에서 내부 손상이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리튬이온 배터리란, 양극과 음극 사이에 리튬 이온이 이동하며 전기를 충·방전하는 방식의 배터리로, 현재 스마트폰부터 항공기 보조전원까지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볍고 용량이 크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물리적 충격이나 열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함께 따라옵니다.
티웨이항공은 이미 지난해 2월부터 기내 선반에 보조배터리를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고, 반드시 승객이 직접 소지하도록 규정을 강화한 상태였습니다. 이는 티웨이항공 뿐만 아니라 모든 국내 항공사가 동일한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는 승객이 직접 들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했습니다. 규정을 지켰음에도 사고가 났다는 점, 저는 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 사고 일시: 2025년 7월 20일 오전 8시 50분경 이륙 직후
- 탑승 인원: 승객 172명 + 운항·객실 승무원 전원
- 발화 원인: 승객 소지 보조배터리 연기 및 불꽃 발생
- 초기 대응: 소화기 분사 → 배터리 수중 침수 → 승객 코·입 보호 안내
- 최종 결과: 인명 피해 없음, 예정대로 칼리보공항 도착
열폭주 — 규정을 지켜도 막기 어려운 이유
이번 사고를 두고 "절연테이프만 잘 붙였으면 됐다", "비닐 지퍼백에 넣었으면 됐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단순하게 보지 않습니다. 합선(Short Circuit) 예방 조치는 분명 유효하지만, 배터리 자체의 결함이나 내부 손상으로 인한 열폭주(Thermal Runaway)를 완전히 막지는 못합니다.
열폭주란, 배터리 내부 온도가 연쇄적으로 상승하면서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배터리가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하는 상태입니다. 외부에서 아무리 냉각을 시도해도 내부에서 발열 반응이 지속되기 때문에, 승무원이 물이 담긴 용기에 배터리를 넣는 조치는 실제로 현재 대응 매뉴얼 중 가장 현실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배포한 항공 위험물 규정(DGR, Dangerous Goods Regulations)에서도 리튬 배터리의 발화 시 수중 침수 또는 격리 조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IATA Dangerous Goods Regulations).
제가 공항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바로는, 승객들 중 상당수가 보조배터리를 가방 안쪽 깊숙이 넣거나 다른 물건과 함께 압축한 채로 탑승합니다. 이미 셀이 눌리거나 미세하게 손상된 상태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지요. 외관상 멀쩡해 보이는 배터리가 어느 순간 열폭주를 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충전 단자에 절연테이프를 부착하거나 보호캡을 씌우는 합선 방지 조치는 외부 접촉으로 인한 스파크를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내부 셀 손상으로 시작되는 열폭주에는 근본적인 예방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에, 일부에서는 보조배터리 자체를 위탁수하물로 전환하거나 기내 반입을 더 강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탁수하물 칸은 화재 발생 시 객실보다 초기 대응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현행 직접 소지 원칙을 유지하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향이 더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안전대책 — 현장에서 느끼는 규정의 빈틈과 방향
항공사 직원으로 일하면서 보조배터리 관련 안내는 탑승 전부터 반복하는 루틴 중 하나입니다. 기내 반입 가능 용량은 100Wh(와트시) 이하는 제한 없이 허용, 100Wh 초과 160Wh 이하는 항공사 승인 후 최대 2개까지 가능하며, 160Wh를 초과하는 배터리는 원칙적으로 기내 반입이 금지됩니다. 여기서 Wh(와트시)란, 배터리가 1시간 동안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배터리 용량과 잠재적 발화 에너지도 커집니다(출처: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
규정 자체는 촘촘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 모든 승객의 배터리 용량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배터리에 표기된 mAh(밀리암페어시) 수치를 Wh로 환산하는 과정을 일반 승객에게 즉석에서 설명하고 확인받는 것 자체가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mAh란 배터리가 특정 시간 동안 흘릴 수 있는 전류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Wh로 변환하려면 전압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승객들이 소지하고 있는 보조배터리의 단락 방지 조치는 도와드릴 수 있으나, 모든 승객의 보조배터리 용량은 다 확인하는 것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2월부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과 충전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 중입니다. 이번 사고에서 승객이 실제로 충전이나 사용을 했는지, 절연테이프를 미리 제거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이 규명되어야 앞으로의 대책도 더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규정을 아무리 강화해도 승객 개인의 사전 관리 상태까지 항공사가 통제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항공사와 배터리 제조사, 국토교통부 같은 관계기관이 함께 실효성 있는 예방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에서 오래 일해온 제 판단입니다. 안전은 불편함보다 항상 우선되어야 하고, 그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것이 제도 설계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보조배터리를 기내에 가지고 탈 수 있는 건가요, 없는 건가요?
A. 용량 기준으로 나뉩니다. 100Wh 이하는 개수 제한 없이 기내 반입이 가능하고, 100Wh 초과 160Wh 이하는 항공사 사전 승인을 받으면 최대 2개까지 들고 탈 수 있습니다. 160Wh를 초과하는 배터리는 원칙적으로 기내 반입이 금지됩니다. 중요한 건 반드시 위탁수하물이 아닌 기내에서 직접 소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Q. 절연테이프 붙이면 화재 예방이 되는 거 아닌가요?
A. 절연테이프는 충전 단자 간 외부 접촉으로 인한 합선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배터리 셀 자체가 내부 손상되거나 결함이 있을 경우 발생하는 열폭주까지 막기는 어렵습니다. 절연테이프가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것만으로 완벽한 예방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어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Q.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로 충전하면 안 되나요?
A. 티웨이항공은 2025년 2월부터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를 사용하거나 충전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다른 항공사도 유사한 방향으로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이번 사고에서 실제로 충전이 이뤄졌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용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는 데에는 업계 안에서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Q. 기내에서 보조배터리에 불이 나면 승무원이 어떻게 대응하나요?
A. 이번 사고처럼 소화기 분사로 초기 진압을 시도하고, 이후 배터리를 물이 담긴 용기에 침수시켜 열폭주가 계속 진행되지 않도록 차단합니다. IATA 위험물 규정에서도 리튬 배터리 발화 시 수중 침수 또는 격리 조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승무원들은 이 시나리오를 반복 훈련하기 때문에 이번처럼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결론
이번 티웨이항공 TW125편 사고는 다행히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 되었지만, 보조배터리 규정을 잘 지킨 상황에서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보조배터리 안전 체계가 아직 완성형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항 현장에서 매일 이러한 안내를 반복하면서도, 언제나 "이번엔 괜찮겠지"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으려 합니다. 작은 부주의 하나가 기내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긴장감은 현장 직원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감각입니다. 앞으로는 항공사의 규정 강화뿐 아니라, 배터리 제조사의 품질 기준 강화와 관계기관의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행기를 탈 때 보조배터리를 챙긴다면, 외관 손상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절연 조치를 취하는 습관이 결국 가장 현실적인 예방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