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은 저한테 "그냥 가는 곳"이었습니다. 특별히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바다 보고 싶으면 무조건 강릉행 기차를 탔고, 도착하면 항상 가던 장칼국수 집부터 들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강릉시가 2026~2027년을 강릉 방문의 해로 공식 선포하고 글로벌 관광도시를 향한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제가 여태 강릉의 절반도 못 봤구나 싶었습니다.
반값 투어패스 '강릉갈래'와 체류형 관광 전략
강릉시가 올해 2월 내놓은 통합 투어패스 '강릉갈래'는 직접 찾아보니 꽤 구성이 탄탄했습니다. 여행 플랫폼 '프립'에서 검색하면 시내 주요 관광지, 체험 행사, 카페, 숙박시설을 최대 55%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강릉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게, 숙박비가 생각보다 센 편이라는 거거든요. 성수기에는 특히 더. 그래서 이 패스가 실제로 얼마나 체감 할인이 되는지는 직접 써봐야 알겠지만, 구성 자체는 분명히 매력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동해선 철도 이용객을 겨냥한 인센티브 환급 사업도 눈에 띕니다. 동해선이란 부산·울산·대구 등 영남권과 강릉을 잇는 철도 노선으로, 지난해 초 완전 개통 이후 영남권에서 강릉을 찾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강릉시는 이 노선을 타고 온 관광객에게 숙박비 1만 5천 원, 철도요금 1만 7천 원, 공유차·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사용료 9천 원 등 1인당 최대 4만 1천 원까지 여행 경비를 환급해 줍니다.
관광 통계를 보면 이런 정책들이 실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 분석 기준으로 2025년 1분기 강릉 관광객 수는 837만 6,47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이란 대규모 카드 결제 데이터, 통신사 유동인구 데이터 등을 종합해 실제 방문객 수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설문 방식보다 실제 방문 수요를 더 정확하게 반영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이번 강릉갈래 패스에서 제가 특히 주목한 건 '체류형 관광'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체류형 관광이란 당일치기가 아니라 숙박을 포함한 1박 이상의 여행을 유도해 관광객 1인당 소비 지출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저도 강릉을 주로 당일치기로 다녀온 적이 많았는데, 솔직히 그럼 먹고 바다 보고 끝이더라고요. 숙박이 하루만 더 붙어도 경포호 야경 같은 걸 즐길 여유가 생기는데, 지금껏 그런 경험은 못 했습니다.
강릉시가 이번 방문의 해를 통해 목표로 제시한 수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내 관광객: 연간 3,436만 명 → 5,000만 명
- 해외 관광객: 연간 33만 명 → 50만 명
- 장기 목표: 2040년 세계 100대 관광도시 진입
야간관광 인프라 확충과 지역경제 파급 효과
제가 강릉에서 밤을 보낸 적이 몇 번 있는데, 솔직히 그때마다 저녁 9시만 넘어가면 할 게 없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카페도 문 닫고, 바다는 어둡고. 그래서 강릉시가 야간 관광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소식이 반가웠습니다.
지난 5월 초당동 소나무 숲길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 '하슬라강릉 이머시브 아트쇼'는 높이 8m, 너비 4m의 초고화질 LED와 300대의 특수 조명, 음향 장치가 결합한 미디어아트입니다. 이머시브 아트(Immersive Art)란 관람객이 작품 안에 들어와 사방에서 빛과 소리를 동시에 체험하는 몰입형 예술 형식으로,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1회 30분씩 총 4회 운영됩니다. 소나무 숲에서 이런 걸 한다니, 현장 분위기가 꽤 독특할 것 같습니다.
연말에는 안목 죽도봉에 스카이워크 전망대도 생깁니다. 해상으로부터 30m 높이에 108m 길이로 조성되는 이 스카이워크에서는 안목커피거리, 남항진해변, 강릉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스카이워크(Skywalk)란 바닥이 강화유리나 투명 소재로 된 공중 보행 데크로, 아래가 훤히 보이는 구조 덕분에 고도감과 개방감을 극대화한 전망 시설입니다. 안목커피거리는 제가 강릉 갈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인데, 그 거리를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게 낯설면서도 기대됩니다.
월화거리 야시장도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6~11시, 10월 말까지 운영되는 이 야시장에서는 꼬치류, 스테이크, 감자와플, 새우타코, 불족발, 수제버거 같은 먹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강릉에 먹으러 간다는 사람이 주변에 정말 많은데,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장칼국수에 짬뽕순두부, 오징어순대까지 낮 동안 먹고, 밤에 야시장까지 돌면 하루가 꽉 차겠다 싶습니다.
강릉시가 야간 관광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관광경제학에서 말하는 관광 승수 효과(Tourism Multiplier Effect)를 노린 것입니다. 관광 승수 효과란 관광객이 지출한 돈이 숙박업, 요식업, 소매업 등으로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총 파급 규모가 초기 지출보다 커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효과는 커지고, 결국 지역 상권 전체가 살아납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강릉은 당일치기로 갈 때와 1박 2일로 갈 때 소비 규모가 체감상 두 배 이상 차이 납니다. 밥만 먹고 오면 그뿐이지만, 하룻밤 자고 오면 숙소도 잡고, 아침도 먹고, 기념품도 사게 되더라고요. 강릉시가 이 점을 정확히 짚어 야간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는 게, 정책 방향으로서는 꽤 올바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릉은 이미 저한테 익숙한 도시이지만, 이번 방문의 해를 계기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반값 패스로 부담을 낮추고, 야간 콘텐츠로 체류를 늘리고, 해외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구조라면 2040년 100대 관광도시라는 목표가 허황된 숫자는 아닐 수 있습니다. 다음 강릉 여행 때는 항상 가던 곳 대신, 시에서 밀고 있는 이달의 추천 여행지를 따라가 볼 생각입니다. 오죽헌 뱃놀이 체험도 7월 정식 운영 전까지 무료라고 하니, 타이밍을 잘 맞춰봐야겠습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81/0003646714?sid=102강릉